'코로나19'로 인해 개강이 늦춰졌지만 이제 더 이상 학부생이 아닌 만큼 등교가 아닌 출근의 개념으로 계속 학교에 나가고 있다. 이제 대학원생의 신분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인턴이었지만 이제 인턴 생활을 하던 연구실의 정식 대학원생이 된 만큼 내 자리와 컴퓨터를 받았다. 이제 수업이 없는 날엔 몸만 학교에 가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기대가 되는 대목이다.
컴퓨터가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키보드와 마우스가 따라왔다. 덕분에 할 일이 생겼다. 발생하는 소음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다. 개인적으로 반복적인 소음이 발생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키보드도 그렇지만 특히나 마우스에서 나는 딸깍거리는 소리를 정말 싫어한다. 꾸준히 발생하는 그 고주파는 정말 별로이다. 다른 사람이 사용하는 내가 싫어하는 것을 남에게 하고 싶은 생각은 없기 때문에 주로 무소음 마우스를 사용하는 편이다.
받은 마우스는 역시 무소음 마우스는 아니었다. 클릭과 동시에 아주 경쾌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 경쾌한 소리는 앞으로 내 신경을 지속적으로 긁으며 스트레스를 유발할 것이 분명하다. 나에겐 세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가장 간단한 첫 번째 방법은 그냥 사용하는 것이다. 신경이 쓰여서 그렇지 계속 사용하다 보면 결국 익숙해질 것이다. 하지만 뭔가 주어진 상황에 순응하는 것 같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두 번째는 무소음 마우스를 사는 것이다. 하지만 굳이 준 마우스가 있는데 다시 마우스를 사느라 돈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마지막 세 번째는 소리가 안 나도록 개조하는 방법이다. 나는 공대생이고 마침 손재주도 좋은 편이라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대생인 게 중요한 게 아니...
분해
일단 마우스를 뜯었다. 어디서, 왜 소리가 나는지 알아야 그에 따른 해결책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우스를 처음 뜯어보는 것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초록색 PCB를 보니 살짝 긴장됐다. 지금은 내가 사용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나도 쓰고 반납해야 하기 때문에 고장 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딱 봐도 대칭적으로 있는 두 개의 버튼(빨간색)이 마우스의 클릭을 담당하는 부분이었다. 마우스를 클릭하면 노란색 타원으로 표시된 버튼이 눌리게 되는데 누를 때 한 번, 손을 떼면서 또 한 번 소음이 발생한다. 빨간색 원으로 표시된 부분을 보면 검은색, 흰색이 위아래로 경계를 지어 나뉘어 있는데, 이 부분을 분리해야 원인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검은색과 흰색 케이스가 딱 붙어 있어 어떻게 분리를 할지 한참을 고민했다. 손톱 따위는 전혀 들어갈 수 없는 틈이었고, 그렇다고 내부 구조도 모르는 상황에 힘으로 하기엔 고장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결국 아주 가는 틈이라도 파고드는 방향을 모색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 방향에서 답을 찾아냈다.
왼쪽 이미지의 빨간색 원을 보면 칼날이 검은색과 흰색 사이를 파고들어 있다. 볼펜이나 샤프는 어림도 없고 내가 가진 것들 중에서는 칼날이 유일하게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갈 수 있었다. 그 상태에서 빨간색 화살표 방향으로 칼등을 내리누르면 지렛대 원리에 의해 오른쪽 이미지처럼 검은색 커버가 빠진다. 이 상태에 도달해도 완전히 분리하는 것이 수월하지는 않다. 안쪽 부품이 손상되지 않도록 살살 비틀어 당기면 어느 순간 분리된다. 이때 오른쪽 이미지의 표시된 흰색 부품이 사라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저 부품은 고정되어 있지 않아 검은색 커버를 빼는 순간 어디로 튈지 모른다. 문제는 저 부품이 없어지는 순간 마우스는 클릭을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아무것도 손상시키지 않고 무사히 분해하면 위와 같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가장 작은 부품은 개조 작업을 진행하는 도중에 없어지지 않도록 테이프에 붙인 상태로 보관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흰 부품 위에 올라가 있는 금속 판이다.
원인
클릭 버튼을 해부한 결과 금속 판이 제법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복잡한 구조가 클릭할 때 탄성변형이 발생하고 변형이 회복되면서... 소음을 발생시키는 원인이었다.
노란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실질적으로 우리가 마우스를 클릭할 때 눌리는 부분이다. 아래로 볼록한 부분(빨간색 원)은 눌린 뒤 버튼이 다시 올라오게 하는 스프링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사실 이 두 가지 구조보다 중요한 것은 전체적인 형태이다. 실제로 소음이 발생하는 것은 파란색 보조선처럼 금속 판이 세로 방향으로 휘어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정확히 마우스를 클릭하는 과정을 설명하자면 더 복잡할 것 같지만(사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정확히 맞는지 잘 모르겠다) 소리가 발생하는 원인만 보면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비슷한 형태로 굽어진 줄자를 가지고 실험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왼쪽 이미지와 같은 상황에서 줄자가 펴질 때 나는 소리를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경험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매우 요란한 '딸깍' 소리가 난다. 이미지와 같은 상태의 줄자는 오른쪽 이미지에서 볼 수 있듯 금속 판과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같은 형태의 굴곡을 금속 판 위에 빨간색 곡선으로 표시했다.
※ 금속 판을 분리시킬 때는 오른쪽에 보이는 것처럼 1 부분을 화살표 방향으로 당겨서 걸쇠 밖으로 빼주면 자연스럽게 빠진다. 너무 세게 당기면 금속 판의 형태에 심한 변형이 발생할 수 있으니 힘 조절을 잘 해야 한다.
해결
문제의 원인은 파악했으니 이제 해결책을 찾을 차례다. 즉흥적으로 생각난 몇 가지 방법을 시도해 보았다. 세밀하게 테이프를 잘라 붙여보기도 하고 종이를 끼워보기도 했다. 하지만 효과가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소음 감소 효과가 크지도 않았고 부수적인 재료를 전자기기 안에 넣는다는 것이 그리 내키지 않았다.
언젠가 마주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다가 상황을 반대로 생각해서 해결책을 찾은 경험이 몇 차례 있었다. 그 이후로는 문제를 거꾸로, 혹은 반대로 뒤집어서 바라보는 관점을 적극적으로 차용하는 편이다. 이번에도 그랬다. 문제를 거꾸로 바라보기, 말 그대로 금속 판을 뒤집어본 것이다.
줄자가 왼쪽 이미지와 같은 상태에서 펴질 때 나는 소리를 상상해볼 수 있다면 뒤집는 것이 제법 괜찮은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딸깍' 소리가 경쾌하게 났던 이전 상황과 비교하면 반대로 굽힌 상태가 펴질 때 나는 소리는 매우 평화로운 편이다. 차이점이 잘 드러나는 이미지를 준비했다.
※ 금속 판을 끼울 때는 오른쪽 그림에서 1(걸쇠 걸기) -> 2(화살표 방향으로 당기기) 순으로 진행하면 된다. 역시 힘 조절을 잘 해야 한다.
결과
위 과정을 거친 뒤 소음을 비교하기 위해 완전히 조립을 하기 전에 클릭을 해 보았다. 비교를 위해 조립 전 클릭하는 영상을 촬영하였다.
소리를 크게 해서 들어보면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소리가 완전히 사라지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게 되면 클릭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 마우스 사용 자체가 불편해지는 문제가 있었다. 케이스를 덮게 되면 위 영상에서 들리는 소리 정도는 크게 내 신경을 긁지 않을 것이라 판단해 조립하는 것으로 개조를 마무리했다.
실제 사용해본 결과 내 마우스에서 발생하는 소리는 연구실 내 다른 사람이 사용하는 마우스가 내지르는 소리에 비할 바가 못 되는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좌클릭 버튼은 클릭감이 많이 줄어서 한동안 사용하는데 살짝 불편을 겪었지만 크게 상관없었다. 출근하면 책상에 앉아 있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잡고 있다 보니 금방 적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한 시도 치고는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소소한 팁
검은색 커버를 덮을 때
앞부분에서 잃어버리면 안 된다고 그렇게 강조했던 작은 부품이 검은색 커버에 고정되는 형태가 아니다 보니 조립할 때 자꾸 빠지는 문제가 있었다. 이 문제는 아래 그림과 같이 테이프를 사용하면 쉽게 조립할 수 있다.
물론 마우스 전체를 뒤집어서 조립하는 방법도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마우스가 분해된 상태로 많이 움직이는 것은 그리 좋은 선택지는 아닌 것 같다. 이 마우스의 경우 전원 공급선이 마우스의 상단부와 연결되어 있는데, 몇차례 마우스를 움직이다가 전선이 끊어지는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다. 이미지의 노란색 부분이 전선을 연장한 흔적이다.
덕분에 계획에 없던 납땜까지 해야 했다. 납땜을 할 줄 몰랐더라면 그대로 마우스를 하나 잃는 상황이 왔을 것이다.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굳이 리스크를 감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마무시한 시도를 한 사람
검색해보면 일반 마우스를 무소음 마우스로 개조한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감탄했던 블로그를 하나 소개하는 것으로 글을 마치려 한다.
이 분이 시도한 방법은 정말 상상을 초월한다.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며, 글의 서두와 마무리에 따라 할 사람만 따라 하라는 주의사항이 있다. 사실 '상상을 초월하는 난이도'라고 해서 속으로 웃었는데 내용을 보며 실시간으로 어두워지는 내 얼굴이 느껴졌다. 손재주가 좋다고 자부하는 내 입장에서 봐도 결코 쉽지 않아 보였다. 본인을 공돌이라 알리고 있는데, 같은 공대생 입장에서 리스펙....
이 분은 이번 글에서 소개하는 방법을 이미 시도해 본 경험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방법은 파손의 리스크가 있음을 알리며 추천하고 있지는 않았다. 내 기준에서 봤을 때는 이 방법이 내가 투입할 수 있는 노력과 결과물의 균형이 맞는 것 같다. 기준은 사람마다 다른거니까. 그래서 나도 안내는 해야 할 것 같다.
나는 손재주가 좋다고 생각하고 마우스를 분해했을 때 망가뜨리지는 않겠다는 자신이 있어서 시도했다. 하지만 이 방법은 분명 마우스 파손의 리스크가 있는 방법이다. 혹시 따라 하려는 분이 있다면 이 방법이 완전히 이해가 됐는지,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난이도인지 냉정하게 판단하고 시도하시길 바란다. 따라하다가 마우스 고장나도 안 사드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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